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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 철학의 본질

공리주의와 자연권, 충돌에서 대화로

by 데이비드강구 202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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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을 요구한 급진적 철학으로서의 출발
공리주의는 종종 "효율 중심의 계산 윤리"로 비판받지만,
그 시작은 오히려 계급적 도덕과 특권적 윤리를
비판한 급진적 철학이었습니다.
 
제레미 벤담은 귀족과 교회 중심의 법률 체계를 비판하며,
“누구의 고통도 더 중요하지 않고, 누구의 쾌락도 덜 가치 있지 않다” 는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이것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선언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의 이익은 평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 선언은 공리주의가 도덕 판단의 출발점을
계급이나 전통, 계시나 권위가 아니라
‘누구든 고통받지 않을 권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점에서 공리주의는 단순한 실용주의 윤리를 넘어서
도덕의 민주화를 주장한 사상이기도 합니다.
 

존 로크 (John Locke, 1632-1704)

*자연권과의 충돌공리인가, 권리인가?

하지만 여기서 존 로크의 자연권 이론과 철학적 충돌이 시작됩니다.
로크에게 인간의 권리는 신에 의해 부여된 불가침의 권리이며,
그 자체로 도덕의 출발점이자 목적입니다.
 
개인의 생명, 자유, 재산은 어떤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도 침해될 없다.”
로크
 
반면 공리주의는 원칙적으로 결과 중심의 윤리입니다.
행위의 옳고 그름은 그것이 가져올 행복(또는 고통)에 따라 판단되며,
따라서 권리조차도 결과를 위한 수단으로 이해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권리가 효용보다 앞서는가?”
“아니면 효용이 권리를 결정하는가?”
 
이 대립은 단순한 입장 차이가 아닙니다.
현대 인권 담론의 철학적 기반이 로크와 같은 자연권 사상에 가까운 만큼,
공리주의는 자칫하면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권리는 침해될 있다 결론으로 흐를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1806-1873)

*권리의 공리주의적 정당화와 후대의 공리주의해석

여기서 중요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명시적으로 ‘룰 공리주의(Rule Utilitarianism)’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철학은 종종 그 방향으로 해석될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밀은 『자유론(On Liberty)』을 통해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의 자유는 단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발전을 위한 조건이다.”
— J.S. 밀
 
이러한 입장은 후대 철학자들,
예컨대 리처드 브랜트(Richard Brandt)와 브래드 후커(Brad Hooker)
같은 이들에 의해 ‘룰 공리주의’라는 이름으로 이론화됩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장기적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 규칙(rule)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순간순간의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것보다 도덕적으로 더 낫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권리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행복을 보장하는 안정된 조건으로 간주됩니다.
 
즉, 밀의 사상은
권리와 자유가 공리주의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존중받아야 이유를 제공했고,
후대 철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공리주의를 도덕적으로 안정된 윤리 확장하려 한 것입니다.
 

 

*효용과 권리 사이의 중재자밀의 철학적 긴장

이처럼 밀은 단순한 결과주의가 아닌,
권리와 자유를 효용의 토대 위에 올려놓으려는 윤리적 중재자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음과 같은 철학적 긴장은 남습니다:

  • 자연권처럼 “효용과 무관하게 존중받아야 하는 절대적 권리”를 인정할 것인가?
  • 아니면 “장기적 행복을 위해 유용한 만큼만 존중되어야 할 권리”인가?

밀은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공리주의를 통해 권리를 정당화하려 했고,
권리를 통해 공리주의를 안정시키려 했습니다.
 
이 이중 전략은 공리주의를
좀 더 인간적인 윤리로 확장시키는 기여했지만,
권리가 언제든 다시 효용에 종속될 있는 불안정성도 함께 남겼습니다.
 

*긴장 속의 과제옳음과 행복은 양립 가능한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공리주의는 현실의 판단에 유용하고,
평등한 접근이라는 미덕이 있지만,
권리와 존엄이라는 절대 가치를 흔들 있는
철학적 위험성도 안고 있습니다.
 
반면, 로크적 자연권 이론은
도덕의 이상을 지키려 하지만,
때로는 구체적인 현실 문제 앞에서 유연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의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정의로운 사회란, 모두가 행복한 사회인가?”
“아니면, 모두가 존엄한 사회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는, 권리를 지키는 데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그 권리가 모든 사람의 삶에 실제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확장되어야 하는가?”
 
공리주의는 질문을 멈추지 않고 던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점에서,
여전히 우리 시대에 유효한 윤리적 도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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